Abroad/UK

London_ British Museum || 지극히 사적인 '영국 박물관' 관람기

snoopyholic 2020. 3. 10. 01:12

 

이곳은 런던의 영국 박물관.

한때 대영 박물관이라고 많이들 불렀는데 뭔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이던 시절에 대한 인식이 딱히 좋지만은 않은지 요즘은 그냥 영국박물관으로 부른다.

런던에 가게 된다면 대개의 경우 빠지지 않고 들르는 코스 중에 하나이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말로만 듣던 로제타 스톤이나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유물과 민속품을 팔백만 점 넘게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1759년 1월에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도 무료개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해에 수백만 명이 다녀가는 곳이고 파리의 루브르, 로마 바티칸의 교황궁 내에 있는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진다.

 

 

워낙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며 사람들이 유물은 딱히 많이 안 둘러보더라도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유리돔 천장이 있는 곳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건져서 여행 피드에 많이 올린다.

사자를 보고 있자니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사자가 생각나서 함께 담아봤다. 저 대리석으로 된 사자도 어디 멀리서 데리고 온 녀석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적어도 이곳은 무료로라도 개방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됨.

루브르도 바티칸도 매우 비싼 입장료가 있다. 외국에서 다 가지고 와서 전시하면서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은데 그걸 일일이 다 따지면서 다니면 화병이 날지도 몰라서 ㅋㅋㅋㅋ 그냥 있는 그대로 역사적 가치와 인류가 만든 아름다운 작품에 감탄하기로 한다.

 

람세스2세의 흉상 앞모습과 그 뒷모습 왼쪽은 호루스 조각

 

사실 이집트에서도 이런 물건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다행히 투탕카멘 유적 같은 것은 후대에 발굴되어 이집트에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에서 관리자의 실수로 유물이 훼손됐었고 굉장히 황당한 눈가림식 보수(본드로 붙임)를 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다른 나라들의 도움과 엄청난 돈을 투자 받아서 그걸 제대로 보수하는 데 걸렸던 비용과 시간을 또 생각하면 오랜 세월 유럽의 박물관들이 자신들 덕분에 이 유물들이 남아날 수 있었다고 으스대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르테논신전의 조각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들만 봐도 그렇다. 보시면 알겠지만 아예 건물을 옮겨왔다. 실제로 그리스에 가면 휑하다고 한다. ㅠ_ㅠ

뭐 덕분에(?) 나는 그리스이건 이집트이건 따로 갈 필요 없이 이곳에서 모든 유적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있긴 하지만서도....아주 개운한 기분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음.

왜냐면 우리나라 또한 외국에 수많은 문화재를 수탈당한 경력이 있는 나라니까.

문화재를 환수해오기 위해서 노력하는 정부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國外所在文化財財團 Overseas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까지 있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 

나도 잘은 몰랐던 사실인데 간송문화재단과 DDP 전시 프로젝트에 구성작가로 참여했을 때 자문 등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이 그곳에 근무하셔서 알게 됐다.

 

 

아이들이 모여서 선생님의 질문에 응답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현장학습 중이었다.

어찌나 귀엽던지!!! 딴청을 부리거나 지루함에 몸을 꼬는 아이도 보였지만 대개는 흥미로워하며 집중하는 모양새라서 곁눈질로 보는 내가 더 흐뭇하더라는. 한편으로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세계적인 역사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이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요즘은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도 있고 특별전시가 열릴 때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물 설명들이 눈에 띄어 마음이 놓이는 면도 있지만 우리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어쩌면 그 옛날 사람들이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을 해낼 수 있었을까.

마치 말이 살아 있는 것 같다.

반면 개개인의 모습은 인간으로 정확하게 묘사하되 그 인물의 직책이나 신분에 따라서 더 크게 표현되는 모습은 꽤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도 많은 유물들이 건너왔다.

쐐기문자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상형문자는 형체를 갖춘 문양이기라도 하다지만 쐐기문자는 그야말로 막대기와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잖아. 한자처럼 복합적이지도 않고..... 화살촉 같은 모양의 것도 있고... 아무튼 그 모든 기이한 문자들을 해독한 학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법전도 쐐기문자로 쓰여졌겠지....

 

 

몸은 어디에 두고 머리로만 와서 계시나요, 여러분!

그리스 얼굴이랑 메소포타미아랑 더 가까운 쪽의 얼굴이랑 로마의 얼굴이랑 다 다르게 생겼다는 점이 참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물론 지역이나 역사적 특성이나 이런 게 달랐으니 표현하는 바 또한 달랐겠지!!!

 

 

마치 어느 대저택의 커다란 응접실의 느낌이 난다.

공공기관인데 마치 그런 개인적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 같다. 물론 영국 박물관에는 워낙 많은 방문자들이 몰려오니 호젓함의 수준은 없겠지만 그래도 드넓은 전시실을 다니느라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앉아 수백 년 정도는 기본으로 지나 같은 공간에 있는 유물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건 호사임에 분명하다.

 

 

하아....

진짜 종일이라도 이 공간에 앉아 있고 싶다. 잘 안 풀리던 글도 이곳에서라면 술술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다양한 유적지나 역사 문화재에 대한 정보를 총 망라하고 있으니 굳이 빼곡한 글씨가 들어찬 책이 아니더라도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들을 골라 구경만 해도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장신구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볼 때마다 내 평생에 저런 거 하나만 소장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늘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지만 금값은 나날이 오를 뿐이고....가공할 때 들어가는 보석은 어쩔 것이며.....그리고 저런 예스러운 느낌으로 근사하게 세공까지 넣으려먼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장신구란 정말 말도 안 되게 0이 많이 붙을 수밖에 없으리라.....흑흑흑...

황금관도 탐나던 아이템 중 하나. 신라 시대의 화려한 금관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순수한 금으로만 세공한 금관도 매우 마음에 들더라는!

 

 

아마도 이 투구는 새겨진 글씨의 모양을 봤을 때 아랍 쪽 군사들이 쓴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이슬람과 카톨릭의 무시무시한 전쟁이 참 오래도록 이어졌더랬지.

종교라는 이름을 들먹이고 신을 위함이라 하지만 정말 신의 이름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을까? 참으로 수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건 인도에서 가지고 온 것들. 그렇지,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삼기도 했더랬지.

거기서 차를 엄청 재배해서 홍차를 무지하게 마시는 나라가 되었지. 

난 인도라는 곳엔 아직 감히 가보지를 못했다. 너무 많은 신들이 있는데 사람들까지 드센 그곳은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젠가 차 산지로는 좀 다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는 한데.....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 다질링 같은 곳에는 한 열흘 정도 머무르며 푹 쉬고 하루 종일 차나 홀짝이다 오고 싶다는!

 

 

이 민속품은 가운데 여성의 옷차림이나 모자 쓰고 파이프 문 모습 등 남미 쪽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아니면 말고~

그냥 색감이랑 그림 자체가 너무 신선하고 귀여워서 찍어왔다.

 

 

이건 누가 봐도 아프리카의 민속품. 막 창의적 에너지가 뿜뿜!!!

그들의 감각은 진짜 멋지다. 문제는 문명의 유입과 흐름에 적응을 못해서 지금 너무 가난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저질러진 인적자원 약탈 및 수탈도 상당했고 말이지.....자본주의 세계에서 가난은 질병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요즘 너무 처절하게 든다.

부디 아프리카가 그들의 영혼에 잠재된 거대한 힘을 깨워 그들의 유산을 다시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밖에도 아시아 관련 유적도 꽤 있었지만 그쪽까지 세세하게 둘러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서 패스했는데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니 후회스럽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서는 김홍도의 화첩이나 다양한 도자기, 불상 등이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면 그땐 챙겨서 눈도장 찍고 돌아오리라.

 

영국 박물관 British Museum

입장료_ 무료

매일_ 10.00–17.30
금요일_ 10.00–20.30
휴관_ 1월 1일, 12월 24–26일

홈페이지_ www.british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