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ich_restaurant/bar dukatz
독일의 초여름 날씨란 여자마음마냥 변덕스러운 봄날씨의 뺨치면서도 햇살이 그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온도는 한여름 뺨치는 수준이다.
물론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것도 곤란하지만,
흐리고 비오는 날씨에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해가 쉬지 않고 내리쬐면 내 몸은 화들짝 놀라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이야기냐며 짜증을 부린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고 여행을 중지할 수는 없는 법!
7년만에 돌아온 뮌헨은 이미 내 기억속의 도시가 아니었다.
훨씬 화려해지고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골처자 보따리 들고 상경한 마냥으로 입을 헤 벌리고는 오전 내내 변한 뮌헨의 거리를 휘적휘적 헤매고 다녔다. 그러고보니 어느 새 배꼽시계가 울려댄다.
정확히 12시!!
역시 정확하다며 스스로 감탄했다.
어디 들어갈 곳이 없나 물색하는 도중 건물 한 가운데 뻥 뚫린 공간에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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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이거 멋져보이는걸? 그런데 비싼 것 아니야?'
슬쩍 겁이 나서는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꼬르륵~'
뱃속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울림. ㅠㅠ
눈 뜨면 아침부터 먹는 애가 물 한잔 마시고 나와 그렇게 싸돌아다녔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는 수 없이 비싸면 그냥 음료라도 마시며 쉬다가 레스토랑을 찾자고 결심하고 과감히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웨이터씨가 메뉴판을 들고 나타났다.
그나마 들고오신 메뉴는 모두 알아먹을 수 없는 독일어. ㅡㅡ++
가격을 보니 눈 뒤집힐 정도는 아니어서 식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 화이트와인을 주문하고 한참 메뉴에 대해 설명을 듣고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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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샌드위치를 시기키로 결심하고 보니 파스타도 먹고싶어졌다.
사실 이는 매우 정당한 것으로 그간 절약한답시고 며칠간 빵쪼가리나 슈퍼에서 산 과일로 연명했더니 이제 위장에서 음식다운 음식을 요구한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날씨도 푹푹 찌니까(정말 이미 아침부터 살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 해가 조금 진정될 때까지 이곳에서 죽치고 있자 라는 심산으로 둘 다 시켜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리즐링 와인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주위에 사람들을 둘러보니 관광객보다는 주변의 비지니스맨이나 근처 동네 주민들이 많은 것 같아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런 곳을 누린다는 기분에 뿌듯했다.
일기장을 펼쳐들고 그동안 밀린 일기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반페이지쯤 채우니까 음식이 나왔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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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우선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담백한 빵 사이에 치즈, 햄, 토마토를 넣고 허브를 뿌린 뒤에 눌러서 구운 뒤 썰어져 나온듯 했다. 처음에는 뭐야,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니 나도 만들겠네 하고 실망했지만 한 입 베어물자, 고급스러운 치즈의 고소한 맛이 짭짤한 햄과 신선한 토마토와 어우러져 입안에 퍼져나갔다. 일단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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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파스타. 브로콜리 파스타인듯 했는데....브로콜리는 거의 갈아져서 몇 조각의 토마토와 나왔고 그 위는 파마산 치즈가 장식되어 있다. 맛은?
사실 내 입맛에는 좀 밋밋한 느낌이었다. 바뜨 그러나 하우에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척'하며 먹었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fantastico에는 못 미쳤지만 먹을만은 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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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다 할 즈음에도, 일기장에 적어야할 말들이 바닥을 드러내는데도, 뙤악볕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결국 다시 느려터진 웨이터를 불러 카푸치노를 시켰다. 어차피 여행 중에는 잠을 못 자도 상관 없다. 뙤악볕은 아직도 한창이니 화장실이 필요해도 이곳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일기를 쓰다가 눈이 마주친 옆 테이블에 앉았던 독일 아줌마와 영어로 느려터진 웨이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깔깔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참을 그곳에 앉아 독일 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오후였다.
사족
예전에는 문학회관 이런 곳에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매우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도시적 느낌이 강한 레스토랑, 바, 카페...다.
주머니가 심히 가벼운 사람들은 카푸치노(2.8유로)를 맛보러 들려도 나쁘지 않을듯!
Dukatz
add : Maffeistrasse 3
phone : 089 710 407 373
web : www.dukatz.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