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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Seoul_ National Museum of Korea || ‘어제’를 살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의 영감을 얻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만약 당신이 오늘을 이해하고 싶다면 어제부터 살펴보라.’

<대지>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벅의 말이다.

개인의 어제는 일기장이나 SNS 계정을 살피면 된다지만 만약 당신이 나라의 현재를 이해하고 싶다면? 나라의 박물관으로 향하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의어제 모아둔 .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답답했던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널찍하게 펼쳐진 공간에 듬직한 박물관 건물이 보이고 아래로 앙증맞은 연못과 고즈넉한 정자가 있다. 사이로 심어진 나무 그루, 포기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계절의 색깔이 드러난다. 계절의 냄새를 맡으며 길을 따라가면 박물관 건물이 근사하게 만들어놓은 액자로 시선이 향한다. 속에는 남산이 보이는 파노라마 풍경이 걸려 있다.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들여 액자 풍경의 일부가 되어 계절에 머무를지 곧바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어제 살피게 박물관 동관으로 들어갈지 선택할 있다.

상아색 대리석이 본관 전체를 압도하고 하늘을 드러내는 유리 천장에서는 그날 하늘이 허락한 만큼의 햇살이 기다란 복도를 따라 쏟아져 내려온다. 옆으로 뻗은 각각의 방은 선사시대부터 근세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관람객은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한 이후의 단순한 돌멩이로 보이기도 하는 석기를 시작으로 멀리 아랍까지 명성을 떨쳤던 신라의 화려하고 금빛 찬란한 세공품을 지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짧은 역사를 가진 대한제국의 흔적을 발견한다. 누구든 주의깊고 산책을 통해 현재의 한국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 저마다의 관점으로 이해할 있다.

 

신라의 금세공, 조선의 청화백자와 분청사기, 백제의 무늬벽돌

 

16개의 방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기는 하지만 70 년이나 되는 세월의 흔적을 세세히 살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않다면 바로 3층으로 올라가보자. 이곳은 아시아관과 조각, 공예관으로 나뉘어 있어 숨가쁘게 흘러가는 역사들로 빼곡한 1층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볼 있다.

아시아관에서는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한반도에서 멀지 않은 국가들의 문화재를 살펴보며 지리적 위치에 따른 문화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짐작할 있는 기반을 마련할 있다.

조각, 공예관에서는 특히 금속과 , 흙을 다루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있다. 특히국보혹은보물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문화재를 발견하게 된다면 주의깊게 들여다보자.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추가적 노력이 들어갔을지, 비범함으로 선정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나의 삶에는 요소들을 어떻게 적용시킬 있을지 사유할 있다아무래도 모르겠다는 누군가를 위해 하나를 집어 알려주자면 국보 166호로 지정된백자 철화매죽문 항아리(白磁 鐵畵梅竹文 )’ 있다. 

 

국보 제166호 백자철화매죽문항아리

 

우선 이름부터 분석해보자.

백자라는 것은 백색 바탕흙(胎土) 투명한 유약을 입혀 구워낸 자기라는 뜻이다. 철화는 그림을 산화철 안료로 그렸다는 것이며 매죽문은 매화와 대나무 문양을 뜻한다.  

기품 있는 유백색에 높이 41.3, 입지름 19, 밑지름 21.5 크기의 항아리에는 붉은 산화철로 면에는 시원시원한 대나무가, 다른 면에는 온갖 역경을 겪고도 의연하게 피어나는 매화가 그려져 있다. 부분에는 파도 모양으로, 윗부분에는 상서로운 구름의 모양으로 장식되어 완성도를 높였다. 비록 입부분이 수리된 흔적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필치로 그린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은 국보로 지정되었다.

형태가 완벽하며 유약을 발라 굽는 자기의 특성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생기게 되는 빙렬이 없이 은은한 광택으로 빛난다. 그림의 솜씨로 미루어 봤을 궁중의 도화서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대나무를 그린 방식과 유약의 색깔 등은 이것이 16세기 후반 경기도 광주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까지 겪고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이었기에 왕실에서조차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값비싼 코발트 안료로 청화 백자만을 생산할 없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매화와 대나무는 군자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식물(사군자: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들로 항아리를 가진 사람은 계절이나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전시하는 면을 달리했을 것이다. 대나무를 바라보며 솨아 시원한 바람소리가 들리는 대나무 숲속의 자신을 상상했을것이고 오랜 세월을 견디며 근사한 모양으로 굵어진 나무 줄기에서 올라온 가는 가지에서 추운 날씨에도 고결하게 피어난 매화의 아름다움을 떠올렸을 것이다. 안에 물건을 보관했을지, 혹은 관상용으로 장식장 위에 세워져 있었을지, 철마다 어울리는 꽃을 꽂아 꾸몄을지,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얼마나 자주 항아리에 눈길을 주고 쓰다듬거나 닦아주었을지, 만약에 내가 주인이었다면 어땠을지, 내가 화공이었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지 등을 투명한 쇼케이스 안에 있는 국보를 바라보며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그저 점의 백자 항아리이지만 안료에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이라는 슬픈 역사가 서려 있고, 화공의 그림 스타일과 유약의 느낌으로 광주군 일대 관음이 가마에서 구워졌고 의뢰인은 궁이라는 정보까지 요약되어 있다. 현재의 우리는 그것을 바라보며 시대의 그림 스타일과 백자의 형태나 제작 방식을 이해한다. 그리고 삶과의 연계성은 무엇인지까지.

수많은 역사적 정보를 담고 있음과 동시에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예술성마저 있는 항아리는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의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보존해서 무사히 미래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보 166백자 철화매죽문 항아리(白磁 鐵畵梅竹文 )’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오래도록 전달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고려 청자향로, 백제 미륵반가사유상, 조선 끈무늬 백자

 

만약 공예 분야가 당신의 취향이 아니라면 그림이나 글씨는 어떠한가? 비단과 종이라는 재질의 특성상 조선시대 이후로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2충의 서화관에서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자연의 느낌이 지배적인 중국 화풍이나 모세혈관까지 파고들 기세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일본 화풍과 달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한국 미술 고유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작품들을 살필 있다. 다른 한편에 있는 기증관에는 고유의 문화 정신이 깃든 물품들을 뛰어난 안목으로 수집해온 열정적인 수집가들의 헌신이 담긴 컬렉션을 살펴볼 있는데 수집가의 취향을 보는 재미와 가구나 작은 생활 소품 등의 다양성을 들여다볼 있는 재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0244점의 유물을 상설전시 중이며 그중에는 269점의 국보와 보물도 포함되어 있다. 그토록 수많은 대한민국의어제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그곳은 대한민국의오늘 이해하고 너머에 있는내일 영감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주소_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4호선 이촌역 2번출구)

전화_ 0220779000

운영시간_ 월,화,목,금 09.00-18.00 / 수,토 09.00-21.00 / 일요일 및 공휴일 09.00-19.00 / 휴관 1월1일, 설날, 추석날

웹사이트_ www.museu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