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그 이름만 들어도 탁~ 경쾌함이 느껴지는 신이다. 날개 달린 모자 페타소스(Petasos),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Talaria), 뱀 두 마리가 휘감고 올라간 날개 달린 지팡이 케루케이온(kērū́keion) 같은 주로 날개 달린 무언가가 헤르메스의 상징인 탓도 있다. 정말 날개가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날개 달린 모자 신발 지팡이 중 뭐라도 들고 있으면 바로 헤르메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맡고 있는 타이틀도 너무 다양하다. 도둑의 신, 상업의 신, 여행의 신, 전령의 신.....이런 것들이다. 아....여행이라면 환장하며 살아온 내 인생이다 보니 헤르메스에게 괜히 더 정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참 재미있는 올림피언인데 일단 제우스가 타이탄 족 아틀라스의 딸 마야와 맺은 사랑의 결실이다. 태어나자마자 몰래 요람을 빠져나와 아폴론이 돌보는 소들을 훔친다. 이때에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소들의 발자국을 거꾸로 찍히게 하는 등 매우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형아의 소떼를 훔치는 것이었으니 도둑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참 걸맞다. 소떼를 훔쳐다 숨겨놓고 몇 마리는 심지어 재물로 바치는 여유까지........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킬레네 동굴에 있는 자기 요람으로 기어들어오게 됨.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폴론 횽아는 매우 화가 났다. 열심히 찾다가 결국 킬레네 동굴로 온다. 소떼 내놓으라고 화를 내지만 헤르메스는 시치미를 뚝 떼고......형제간의 분쟁이 심각해지자 아버지 제우스가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순식간에 거북이 등껍질과 양의 창자를 활용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현악기를 뚝딱 만들어 아폴론과 흥정에 들어간다. 심지어 음악의 신 아폴론이다 보니 그 흥정에 넘어감. 악기 하나와 소떼를 바꿈. 헤르메스가 상업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순간이다. 아니 무슨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소떼를 훔치질 않나 악기를 만들어 그것과 바꾸질 않나.....신기해. 역시 신들의 세계는 정말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세계.
성인이 된 뒤로는 특히 제우스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헤라의 눈 백 개 달린 개 아르고스를 처치(소로 변신시킨 이오를 구출하기 위해서)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신들도 필요할 때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신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하데스의 지하왕국을 드나들 수 있는 신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혼의 인도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음.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하계로 갔는데 그때 그 영혼들을 거둬서 하계로 인도해가는 것이 헤르메스의 역할이었다. 딸내미를 애타게 찾는 데미테르에게 페르소포네를 고이 데려다 준 것도, 헤라클레스가 많은 난관을 뚫어야 했을 때 하계의 케르베로스 사냥하러 갈 때 도운 것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슬픈 마지막 모습을 봐야 했던 것도....모두 다 헤르메스였다.
여행자의 수호신이기도 해서.....나도 먼 여행을 떠날 때는 늘 헤르메스에게 내 여행을 축복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곤 했고, 그 기도가 닿았는지 몰라도 늘 멋지고 근사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나 뭐라나. ㅎㅎㅎ
사실 헤르메스에 대해서는 또 할 말이 꽤 많아서 번외편을 또 만들어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일단 이만~
이렇게 올림피언 12신에 대해서는 일단락이 지어졌지만 항간에는 헤스티아 대신 유명한 바쿠스를 12신 중 하나로 치기도 해서......고심한 결과 다음 이 시간에는 바쿠스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면서~~~~ 올림피언 소개를 마무리하도록 한다.
to be continued......